『파도tvㅣ유도형기자고악기와 역사주의 연주(Historically Informed Performance)는 20세기 초반 프랑스와 독일에서 시작되어 2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와 네덜란드, 벨기에를 중심으로 정체성을 확립했고, 1990년대부터 새로운 대중성을 얻으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폭발적인 비르투오시티와 번뜩이는 개성, 풍부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이탈리아 연주자들은 학구적이고 소박하다는 ‘고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이올린의 슈퍼 비르투오소이자 지휘자인 파비오 비온디는 이탈리아를 고음악 운동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비온디는 일찍부터 루브르의 음악가들(Les Musiciens du Louvre), 잉글리시 콘서트(The English Concert), 에스페리옹20(Hespèrion XX) 등 정상의 고음악 전문 앙상블에서 연주한 뒤 1989년 에우로파 갈란테를 창설했다. 이들이 1990년에 opus111에서 발표한 비발디 <사계> 음반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연주로, 폭발적인 다이내믹과 미묘한 음영, 대담한 즉흥연주는 바로크 음악 연주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디언>은 그를 향해 ‘비난을 초월한 연주자’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비온디의 레퍼토리와 디스코그래피는 비발디, 코렐리, 타르티니 등 이탈리아 음악에만 머물지 않고 바흐, 텔레만, 모차르트 등 독일 음악과 르클레르 같은 프랑스 음악으로 확장되었으며, 파가니니를 필두로 19세기 음악으로 이어졌다. 비온디는 바로크에서 초기 낭만주의 작품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 작품에서 연주 전통에 얽매이지 않은 개성적인 시선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신선하고 역동적인 연주(뉴욕 타임즈)’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부터는 조콘다 데비토, 파르미넬리 등 위대한 연주자들에게만 대여되었던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소장 1690년제 ‘투스카니(Tuscan)’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공인받았다. 최근에는 투스카니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이탈리아 소나타(Glossa)와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 음반(Naïve)으로 널리 찬사를 받았다.
또한 비온디는 오래전부터 지휘자로도 꾸준히 활동 중인데, 시대악기 앙상블은 물론 현대 오케스트라와 실내악단도 지휘하면서 역사주의적인 접근방식을 전파하고 있다. 때로는 지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악단을 이끄는데,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홍콩 필하모닉,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오케스트라, NDR 방송교향악단,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다. 특히 오페라 지휘자로서 큰 찬사를 받는데, 헨델과 비발디의 바로크 오페라는 물론 모차르트와 19세기 벨칸토 오페라를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그중 벨리니 <카풀레티와 몬테키(I Capuleti e I Montecchi)>, 모니우슈코(Moniuszko)의 <할카(Halka)>, 베르디 <해적(Il Corsaro)>, <맥베스(Macbeth)> 등은 음반으로도 발매되어 화제를 모았다.
에우로파 갈란테는 리더이자 창설자인 비온디의 음악적 이디엄이 확장된 예술적 동반자로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이다. 당대 악기와 연주 양식을 추구하면서도 작품마다 폭발적인 활력과 음험한 상상력을 불어넣는다는 찬사를 받는다. 이들의 레퍼토리는 몬테베르디(Monteverdi), 카발리(Cavalli) 같은 초기 바로크 음악부터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을 아우르며, 캉프라(André Campra)의 오페라 <L’Europe galante>에서 이름을 따온 단체답게 오페라 연주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들이 opus111에서 시작해서 Arcana, Virgin Classics, Glossa, Naïve 등 여러 레이블에서 발매한 음반은 방대한 분량과 높은 수준에서 비교 대상이 거의 없는데, 앞선 언급한 ‘사계’를 비롯해서 <조화의 영감(L’estro Armonico)>과 여러 독주 악기를 위한 협주곡(Virgin Classics), 후기 협주곡(Glossa) 등 비발디 음반들은 우리 시대의 명연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그밖에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Virgin Classics), 르클레르 바이올린 협주곡(Glossa), 텔레만 모음곡(Agogique), 보케리니 실내악 작품(Virgin Classics) 역시 독특한 개성으로 작품의 새로운 면모를 알린 수연이다. 가을에는 멘델스존의 초기 교향곡과 협주곡을 담은 새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