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tv유도형 기자』인천에서 처음으로 이동노동자 쉼터를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지난 7일 개회한 제286회 남동구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김재남 의원(구월 3동, 간석 1·4동)이 ‘남동구 이동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한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조례안에 이동노동자 쉼터 조성뿐만 아니라 법률상담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조사와 연구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했다. 무엇보다 이동노동자 쉼터를 조성할 수 있는 근거를 조례에 담은 것은 인천지역 첫 사례다.
이동노동자는 택배, 배달, 대리운전, 퀵서비스 기사, 학습지 방문교사, 보험모집인, 집배원 등 업무 장소가 고정돼 있지 않고 이동을 통해 일을 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이들의 수는 전국적으로 크게 늘었는데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필수노동자 실태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배달업 종사자가 45만 명에 달하며 8년 새 10만 명 가까이 늘었다. 대리운전기사는 2020년 기준 약 16만 4600명에 이르는 등 이동노동자들은 어느새 우리 사회의 필수노동자가 되었다. 하지만 휴게공간 하나 없이 눈, 비를 맞으며 폭염과 혹한에도 길 위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이동노동자들은 노동시장에서도 대표적인 취약계층이다. 특히 배달원의 약 43%가 최근 6개월 내에 교통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국토교통부 배달업실태조사 결과는 위험에 내몰린 이동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전국적으로 지자체들이 주도하여 인간다운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원 사업과 쉼터 조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유독 인천에는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나 지원사업이 전무해 성토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이 ‘남동구 이동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한 지원 조례안’을 발의함으로써 남동구를 필두로 인천지역 곳곳에 이동노동자 쉼터가 설치되면 이들의 노동환경 등이 크게 개선되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의원은 당사자인 배달라이더와 대리운전기사들을 만나 소통하며 일터의 현실을 보고 들었으며, 경기도 등 이용률이 높은 이동노동자 쉼터를 찾아가 관계 공무원에게 부지조성과 운영방안 등에 대해 질의하며 조례안을 준비했다. 또한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를 찾아 남동구 지역에 쉼터가 설치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하며 인천형 이동노동자 쉼터(가칭 ‘쉼 플러스’)를 제안하기도 했다. ‘쉼 플러스’는 용이한 접근성, 주차공간, 24시간 개방 등의 입지 요건을 갖추고 정기적인 안전교육, 세무·노무·법률·건강 및 심리상담 지원과 냉·난방, 간단한 취식, 휴대폰 충전, 인터넷 및 노트북 이용 등의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간다.
김 의원은 본회의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 이동노동자 쉼터 사업을 준비 중인 인천시와 협의하여 관련 시설이 남동구 인천문화예술회관 광장에 들어설 수 있도록 나설 계획이다. 현재 인천시는 이동노동자 간이형 쉼터 설치를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중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에 예산을 편성해 시행할 방침이다. 김 의원은 또한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플랫폼 종사자 일터개선 지원 공모 사업에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당 사업은 2022년부터 플랫폼종사자들의 증가에 따라 최소한의 안전한 노무 제공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고용노동부가 추진해온 사업이다. 공모에 선정된 지자체는 쉼터 설치와 안전장비 지급 등 사업비의 50%, 최대 3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김 의원은 남동구 소관 부서와 협의하며 공모를 준비해 갈 것이며, 공모에 선정되면 정기적인 안전교육은 물론 이동노동자들이 헬멧, 무릎보호대 등 안전 장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근무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김 의원은 “남동구의회 의원으로 당선되기 전에 배달 일을 한 적이 있어 누구보다 이동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남동구 이동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한 지원 조례안’이 무사히 본회의를 통과해 이동노동자들의 비상구가 되어주길 바란다”며 “앞으로 남동구 뿐만 아니라 인천 전 지역 이동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