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건의문 내용 검토 지시
인천지법 김하늘 부장판사 등 166명 판사는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 재협상 연구를 위한 공식적(TF)인 팀을 구성해 ‘한-미 FTA’가 우리나라 ‘사법주권’을 중대하고 심각한 수준까지 제한하고 있는지 여부를 연구 검토하는 조치를 취하여 줄 것”과 “연구 결과에 의하여 ‘한-미 FTA’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적절한 과정을 거쳐 그 입장을 확립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대외적인 입장표명 여부까지도 검토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지난 9일 인천지법 김종백 법원장에게 전달하였다.
김 지방법원장은 이 건의문을 양 대법원장에게 전달하였고, 양 대법원장은 같은 날 법원행정처에 건의문 내용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건의문은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찬-반 세력 사이 대립은 ··· 이제 정치 논쟁의 범위를 넘어 우리 사화의 통합과 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라며, “만일 ‘한-미 FTA’가 비준, 통과 전에 사법부가 (이를) 충분히 검토하고, 지금 사회적으로 ‘독소조항’ 여부의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해 법률적 차원의 검토 의견을 내었다면, 이와 같은 사회적 갈등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대법원장이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 연구를 위한 공식적인 팀(TFT)을 구성하고 ‘한-미 FTA’와 관련된 여러 가지 법률적 문제점들을 검토하여 그에 대한 의견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건의문은 ‘한-미 FTA’에 대한 찬성론과 반대론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네거티브방식에 의한 개방, 역진방지조항(Ratchet),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등 몇 개 조항이 위 ‘한-미 FTA’의 불공정성 여부를 법률적인 관점에서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조항”이라고 주장한 뒤, “특히 ‘한-미 FTA’ 중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 조항이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라는 주장’에 주목”한다며, 건의문 제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건의문은 ‘찬성론의 예’로 “외교통상부, ‘한-미 FTA’ 홈페이지”의 “무역한류로 가는 첫걸음, 한-미 FTA” 및 “‘한-미 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을 인용하여 “외교통상부 등 찬성론자들은, ‘한-미 FTA’ 협정이 발효되면,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통상 장벽이 해체되어 우리나라 경제영토가 세계 3위로 넓어지고, 경제시스템이 선진화되며, 그 결과로 대(對) 세계 무역수지의 흑자가 향후 15년간 연평균 27.7억달러 증가되고, 35만 명의 고용이 창출되며, 소비자 후생수준이 321.9억 달러 증가하고, 실질 GDP가 5.66% 증가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의문은 ‘반대론의 예’로 “‘한-미 FTA’는 그 협상과정에도 문제점이 있고, 그 내용에도 여러 가지 ‘독소조항’들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조약’이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그 중에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ISD 조항’은 사법부의 ‘재판관할권’을 배제하고 이를 ‘제3의 중재기관’에 맡기고 있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라 주장한다는 것이다.
‘투자자-국가 분쟁해결 절차’, 4가지 문제점
건의문은 외교통상부의 ‘한-미 FTA’ 홈페이지 “ISD, 공정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인용하여 “외교통상부에서는 위 ISD 조항은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최소한의 투자보호장치’로서, 미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의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며, 우리나라가 그동안 체결한 7개의 FTA 중 ‘한-EU FTA’를 제외한 다른 6개의 FTA에도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한-미 FTA’ 분쟁을 국내 법원에 맡기면 상대방에서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공정한 국제중재기관에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론”까지 설명하고 있다.
건의문은 “외교통상부 (등의 찬성) 주장과 다른 반론 내용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아래와 같은 사항에 대해서는 우리 법원에서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ISD 조항의 4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한-미 FTA’ 자체가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갖는 게 아니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이행법률만이 법률로서의 효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건의문은 “ 그 예로 ··· 위 이행법률 제102조 (b)항과 (c)항의 규정에 따라, 만일 미국 기업은 ‘한-미 FTA’ (규정)에 의해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직접 ICSID에 제소할 수 있음에 반하여, 우리나라 기업은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를 상대로 직접 ICSID에 제소할 수 없다면, 그 자체로 ‘불평등 조약’이므로, 이 부분 규정을 보다 자세히 검토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그 표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전 동의, 중재 동의 간주’는 ‘불평등성’ 문제
둘째, ‘한-미 FTA’에 사전 동의 규정이 있어서 “미국 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ICSID에 제소하는 경우, 우리 정부가 무조건 이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토록 한 규정”은 ‘불평등성’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건의문은 “앞으로 ‘한-미 FTA’와 관련하여 어떤 내용, 무슨 소송이 제기될지 모르는데, 이와 같이 일반적, 포괄적으로(우리 정부가) 중재 동의를(한 것으로) 간주한다면, 이것은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며, “특히‘한-미 FTA’가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을 채택함으로써 명시적으로 유보된 분야를 제외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협정”임을 전제해 보면 “우리 정부가 무조건 이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토록 한 규정”은 더욱 ‘불평등성’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셋째, “우리나라가 칠레나 다른 나라들과 FTA를 하면서 ISD 조항을 수용한 것과 미국과 FTA를 하면서 이와 같은 ISD 조항을 수용하는 것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건의문은 “ICSID(익시드)는 1946년 미국이 주도하여 세계은행에 설치, 운영하는 중재기구로 그 총재는 이제껏 수십년간 미국인이 맡아왔고, 미국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전제한 뒤, “대한민국 정부가 ‘한-미 FTA’를 위반할 경우, 그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이 아닌 ‘세계은행 산하에 있는 ICSID’라는 중재기구에 직접 구제요청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건의문은 “위 국제 중재절차는 3인으로 구성된 ‘중재 재판부’에서 단심제로 심리하는데 중재인 3인 중 2인은 투자자와 피소국 정부가 각각 1인을 임명하고, 나머지 의장중재인은 분쟁당사자들의 합의로 선임하되, 중재 제기 후 75일 이내에 합의하지 못하여 ‘중재 재판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ICSID 사무총장이 직권으로 ‘제3 국적의 중재인’을 ‘의장중재인’으로 임명하도록 되어 있어 우리나라와 미국 (투자자) 사이에 소송을 하게 되면, 결국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의장중재인’에 의하여 중재 판정이 내려지게 될 것”이라며, “과연 그 결과가 누구에게 유리할는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ISD 조항, 미 승소율 100%, ‘미 기업 보호용’
건의문은 “ISD 조항은 ··· 반드시 따라야 하는 조항이 아니라 옵션 조항”이라며, “ISD 조항에 의한 분쟁해결 절차가 이와 같이 우리나라보다 미국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면, 우리나라가 미국과 FTA 협상을 할 때 이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 뒤,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15건 중 미국 정부가 승소한 사건 6건, 나머지 9건은 계류 중인 사건이어서, 실질적으로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사건에서는 미국 정부의 승소율이 100%”라며, “위 자료에 의하더라도 ISD를 이용하는 전체 제소자의 87.8%가 미국 기업인 사실은 ISD 조항이 현실적으로는 미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며, 반론을 제기한다.
ISD 조항, 서부시대 총잡이들 총 같은 것
건의문은 “미국 기업의 승소율이 13.9% 밖에 안 되는 것도, ‘그만큼 미국 기업들이 위 ISD 조항을 이용하여 소송을 남발하였다’는 것이고, 일단 ‘미국 기업에 의해 ICSID에 제소당하면 우리 정부는 비싼 미국의 로펌 변호사에게 막대한 소송비용을 치르면서 원치 않는 분쟁절차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며, “몇 번 이러한 절차를 겪게 되면 우리 정부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취하려고 할 때마다 미국 기업으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할까 봐 눈치보는 신세가 될 것”이라며, “ ··· 미국으로서는 위 ‘ISD 조항은 서부시대 총잡이들 총 같아서 차고 다니기만 하고 굳이 뽑지 않아도 일반인들은 총잡이 눈치를 보면서 피해가게 되는’ 것”이라 주장한다.
법률 최종해석권, ‘공동위원회’가 ‘사법부’보다 우위
넷째, “우리나라 외교통상부 관료들 중에는 우리나라 사법부가 통상무역이나 ‘한-미 FTA’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결을 하지 못할 염려가 있어서 ISD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건의문은 “‘한-미 FTA’ 발효 후, 이행사항을 감독하기 위하여 양국의 협상대표로 이루어진 ‘공동위원회’가 설치되는데, 외교통상부는 “‘한-미 FTA’의 ‘공동위원회’가 내린 협정문 해석이 국내 법원을 구속하는지”를 질의 받고, “조약 체결 경위 등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은 법원은 ‘공동위원회’의 결정 또는 해석에 이르게 된 근거나 판단을 상당부분 존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다”며, “이는 마치 ‘법률의 최종해석권’을 가진 법원보다 위 ‘공동위원회’의 협정문 해석이 실질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건의문은 “중요한 문제는 ‘한-미 FTA’가 영문본과 한글본 모두 1,5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므로 재판 업무에 시달리는 법관 개개인이 이를 제대로 연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위 ‘한-미 FTA’가 국내 법률과 동등한 규범적 효력을 가지고 우리나라 상품과 서비스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에도 사법부 내에서 그 내용에 대해 충분한 법률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한-미 FTA’ 재협상 연구를 위한 공식적인 팀(TFT)을 구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삼권분립’ 위배, 재반론 제시
건의문은 “법원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만 규범통제를 할 권한이 있는데, 이와 같이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한-미 FTA’에 대하여 연구하고 그 검토의견을 낸다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법률을 제정할 때, 그 법률을 적용할 기관인 ‘사법부’가 미리 법률 검토를 통하여 의견을 낼 필요가 있는 부분은 의견을 내는 것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고 할 수는 없다”며, “이제껏 ‘국회에서 심의 중인 각종 법률안에 대하여 대법원이 법률적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며, “그에 대해 어느 누구도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한-미 FTA’도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지닌 조약인데, 특별히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건의문은 미국의 예를 들며, 사법부가 ‘한-미 FTA’에 대해 연구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건의문은 그 예로 “미국의 장례식장 사업에 투자한 캐나다 회사가 ‘미국 주법원 판결이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수용 및 보상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ISD에 의해 제소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의 주 대법원장들이 2004년에 미국 주 대법원장회의(CCJ)에서 결의안을 채택해 ‘미국 무역대표부와 의회는 주 사법부의 사법주권과 법원 판결의 집행가능성 및 최종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통상협정 조항만을 승인할 것과, 현존하는 통상협정들 아래에서도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국민들과 기업보다 더 큰 실체적, 절차적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을 촉구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하였으며, 이후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를 받아들여 ISD 제도를 수정, 보완한 새로운 투자협정 모델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건의문은 “삼권분립의 원칙이 가장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법원이 자유무역협정에 관하여 사법주권과 법원 판결의 최종성을 강조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있었고,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이를 존중하여 ISD 제도를 수정, 보완하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삼권분립’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재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인천지법 김하늘 부장판사 등 166명 판사가 대법원에 제출한 건의문이 받아들여져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 재협상 연구를 위한 공식적(TF)인 팀이 구성될 것을 기대한다.
나아가 그 공식적(TF)인 팀에 의해 ‘한-미 FTA’가 우리나라 사법주권을 제한하고 있는지 연구 검토한 뒤, ‘한-미 FTA’에 대한 사법부의 대외적인 입장표명을 통해 ‘한-미 FTA’의 ‘독소조항’의 문제점을 밝혀 국민들의 찬-반 갈등을 해소하고, 이를 바로잡아 공정한 협정에 의해 한-미 양국의 경제성장과 우호증진이 함께 확대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