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불평등한 이유 5가지,
사법부 ‘재협상 태스크 포스팀 제안’
인천지법 김하늘 부장판사 등 사법부의 깨어 있는 법관들이 ‘한-미 FTA’가 ‘불평등 조약’이라며 등 독소조항의 문제점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사법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이는 ‘한-미 FTA’에 대한 찬-반 양론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김하늘 부장판사는 지난 12월 1일 법원내부 게시판(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불평등 조약이고, 사법부의 재판관할권을 빼앗는 점에서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며, 법률의 최종 해석권한을 갖고 있는 사법부가 재협상 요구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사법부 차원의 재협상 촉구 태스크 포스팀(TFT) 구성을 제안”하는 청원을 하기로 하였다.
‘한-미 FTA’ 관련 판사들의 입장 표명에 대해 11월 29일 대법원은 ‘신중한 처신’을 권고했으며, 1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근 판사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한-미 FTA 비판 논란을 겨냥해 “개인적인 소신을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김하늘 부장판사가 이날 코트넷에 “법원 내에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제안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궁금해 했다, ‘기다렸다, 사법부의 의견을’
‘한-미 FTA’에 대한 찬-반 양론이 뜨거운 이때, ‘법률의 최종적 해석권을 갖고 있는 사법부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주장대로 ‘한-미 FTA’가 ‘불평등 조약’인지 등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은 어떤지 궁금하게 생각해 왔고, 기다려왔다.
궁금해 했다. 그리고 기다렸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 사법부는 ‘한-미 FTA’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했고 기다렸었다.
특히 ‘한-미 FTA’ 협정문을 놓고 찬-반 양론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언론까지 봉쇄한 상태에서 날치기로 통과시키자 국민의 분노가 지방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은 광화문이나 서울광장, 여의도 등에서 물대포를 맞으며 ‘한-미 FTA 날치기 무효’, ‘명박 퇴진’ ‘제2 을사늑약’ ‘매국노’ 등을 주장하면서 “법률의 최종 해석권한을 갖고 있는 사법부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주장대로 과연 불평등 조약인지 등에 대한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를 궁금해하면서 기다려왔다.
‘한-미 FTA’ 협상과정은 물론, FTA 협정문을 놓고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국론이 분열되고, 그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면 이명박 정부는 ‘한-미 FTA’ 협상과정은 물론 협정문을 모두 공개한 뒤, 각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다양한 자문을 구하고 문제점은 무엇인지와 대책에 대한 의견을 구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마땅하다.
지난날 호주 정부는 미국과 FTA 협상을 추진하면서 ‘투자자-국가제소제(ISD)’에 대해 호주 변호사회에 사법적 견해를 물었고, 호주 변호사회는 문제가 있음을 통보하면서, 호주는 미국과 ‘투자자-국가제소제(ISD)’를 제외하고 미-호주 FTA를 맺었다.
미국에서는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다양한 이익단체의 의견을 들은 뒤, 이명박 정부로부터 재협상을 받아냈는데, 우리 협상팀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죽도록 싸웠다”는 보도를 보면서 친미주의자 아니 매국노에게 국익을 내맡겼다는 결론을 내린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이제 깨어있는 사법부 법관들까지 한-미 FTA가 불평등 조약이라는 판단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나라당이 FTA 비준동의안과 14개 관련 법률을 국회 상임위 심사 절차 없이 무더기로 ‘날치기’ 강행처리한 22일 바로 그날,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는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어 25일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는 앞서 최 부장판사가 22일 글을 올린 페이스북에 “드라마 계백을 보고 있다. 황산벌 전투가 나온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사람과 자신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 “‘한-미 FTA’ 불평등 조약”
김하늘 부장판사는 자신을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며, ‘한-미 FTA’와 관련 “나의 입장은 처음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밝힌 뒤, “그러다가 최근 논란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계속되면서 내가 정작 ‘한-미 FTA’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토론 프로그램과 자료 등을 보면서 “‘한-미 FTA’가 불평등 조약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되었다”며 FTA 협정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먼저 “우리나라는 신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1500페이지에 달하는 한미FTA에 배치되는 모든 법률과 하위 규범은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무효가 되는 것”이지만 “미국은 불문법 국가로서, ‘한-미 FTA’자체가 법규범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의회에서 통과시킨 이행법률만이 규범적 효력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줄 것 다 주고, 받을 것 하나 못 받은 불평등협정’
김 부장판사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줄 것은 다 내어주고 받을 것은 하나도 못 받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협정이 맺어지게 되었을까?”라며 “‘한-미 FTA’에 관한 기획토론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여러 독소조항을 품고 있고 특히 우리 ‘사법주권’을 명백히 침해한다는 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동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미 FTA’로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법률상 장벽은 제거되었는데, 미국의 장벽은 그대로 존속한다는 말이니, 바로 이것이 ‘불평등 조약’이 아니고 무엇인가?”, “‘한-미 FTA’도 크게 보면 하나의 계약이고, 어떠한 계약이 불공정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전문 영역이 아닌가? 그렇다면 ‘한-미 FTA’에 불공정한 ‘독소조항’이 있다면 이를 명확히 하여 재협상 테이블에서 해당 부분을 제대로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부장판사는 “아울러 외교통상부에서 사법부의 재판권을 빼앗아 제3의 중재기관에게 맡겨버렸는데, 법원이 그에 관하여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김하늘 부장판사의 주장대로 “법률의 최종적 해석권한을 갖고 있는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 사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 했어야 하며, 법조계 또한 스스로 대한민국의 사법주권 침탈 여부 등에 대한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할 의무가 있는데도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한-미 FTA가 사법주권과 통상주권 등의 침탈 및 문제점과 대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한-미 FTA’, 독소조항은 ‘사법주권’ 침탈
김 부장판사는 “‘한-미 FTA’가 불평등 조약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되었다”며 ‘네가티브 방식’과 ‘역진방지(레칫)조항’, ‘간접수용방식’, ‘투자자-국가제소제’ 등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는데, 이는 아주 적절한 지적이다.
첫째, 미국과는 달리 한국의 법률상 장벽이 완전 제거되는 문제
둘째, 특별히 협정에서 유보하고 있지 않는 한 모든 분야에 걸쳐 무제한 개방을 하게 하는 네거티브 방식
셋째, 낚시를 할 때 일단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더 들어갈 수는 있어도 빠져 나올 수는 없도록 만든 것과 같이 한 번 개방된 수준은 그 이하로 되돌릴 수 없는 역진방지(Ratchet)조항
넷째, 우리 정부가 융통성 있는 시장보호정책을 실시하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우리 정부가 새로운 중소기업보호정책이나 환경보호정책 등 공공정책을 추진하려면 직접적인 손해가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피해나 기대 수익까지도 배상하도록 한 손실보상(간접수용) 방식
마지막으로, 그 최종적인 분쟁의 해결권을 우리나라 사법부에게서 빼앗아 미국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세계은행 산하에 있는 ICSID라는 중재기구에게 넘겨준 투자자-국가제소제(ISD) 조항 등 5가지는 분명히 ‘불평등 조약’이라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앞으로 현재 예측하지 못하는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열리게 될 경우, 우리나라가 이를 보호하고 시장의 이익을 지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라며, “참고로 ‘한-EU FTA’에서는 개방하기로 합의한 분야만 협정에서 적시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취했는데 ‘한-미 FTA’에서는 그 반대로 네거티브 방식을 택해 불평등 조약”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부장판사는 “결국 ‘역진방지조항’은 우리나라 정부가 그때그때 경제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는 시장보호정책을 취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족쇄이고, 그 글자 본래의 의미 그대로 ‘우리나라 시장경제를 낚시 바늘에 꿰인 물고기 신세’로 만드는 조항”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제안, 이틀만에 171명 법관 동의”
김하늘 부장판사는 1일 ‘한-미 FTA 재협상 촉구 태스크 포스팀(TFT) 구성’을 제안하면서, 12월 한 달 동안 동의하는 판사가 100명을 넘는다면 정식으로 법원행정처 내에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TFT’를 구성해 달라는 청원문을 작성하여 대법원장을 만나 청원을 올리겠다고 하였는데 몇 시간 만에 100명의 판사가 동의를 해 왔고, 다음날까지 171명이 동의를 해 왔다.
이에, 현재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에게 올릴 청원문을 작성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의 뜻이 받아들여져 법원행정처 내에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TFT’가 구성되고 ‘한-미 FTA’의 독소조항의 문제점을 밝힌 뒤 이를 바로잡아 대한민국과 미국 사이 공정한 ‘한-미 FTA’ 협정에 의해 한, 미 두나라의 경제성장과 우호증진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