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지식경제부와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는 '한-EU FTA'가 발효된 지난 7월 이래 9월까지 석달간 대(對) EU 수출 합계는 130억4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0.8%증가에 그친 반면, 대(對) EU 수입 합계는 총 123억5천200만 달러로 무려 26.5%나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對) EU 무역수지는 6억5천200만 달러 흑자에 그쳐 지난 해 같은 기간의 31억4천만 달러 흑자보다 크게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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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EU FTA'추진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내용과는 크게 다르며,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분석하고 국민에게 알린 내용과도 크게 빗나갔거나 잘못 되었음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한-미 FTA' 협정 내용도 좀 더 깊은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며, 협정문의 번역문과 독소조항 등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본 뒤, 국회 비준동의를 해야 할 일이다.
먼저, '한-미 FTA' 번역 협정문의 국문본과 영문 정본 사이 번역내용이 일치하는지 검토하고 살펴봐야 한다.
한-미 FTA 번역오류 시민검증프로젝트 결과 신구 국문본의 번역 불일치가 2,600건에 달하고 번역 오류도 500여 군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이를 방치한 상태로 국회에 상정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정부로서 기본성격도 갖추지 못한 정부’라 아니할 수 없다.
독소조항 등 재검토해야
둘째, 투자자-국가 제소제(ISD), 역진방지제 등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독소조항 등에 대해 분석과 재검토가 필요하다.
관계 전문가 등이 지적하는 투자자-국가 제소제, 네가티브 리스트제, 역진방지제(래칫조항), 영리병원, 의료보험, 노동과 환경조건 등에 대해 문제점은 무엇인지, 보완해야 할 것은 없는지, 찬성과 반대를 하고 있는 관계 전문가와 법률가, 여·야·정부 관계자가 함께 검토하고 분석을 해야 한다.
한-미 에프티에이, 후속조치의 미흡
셋째, 농업분야 등 협정 발효 후 심각하게 타격을 받게 될 산업분야 등에 대한 후속조치가 미흡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협정을 추진함으로써 이익을 보는 산업과 계층이 따로 있는 반면, 손실을 입게 되는 산업분야와 계층 및 종사자에 대한 산업 안전망 등이나 보완 대책이 마련되었는지, 그 대책은 적정한지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
넷째, 이 협정문과 우리나라 법률체계와의 불평등 문제는 없는지,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검토해야 한다.
특히 투자자-국가 제소제는 투자유치국의 합리적인 공공정책을 무력화할 뿐 아니라, 투자유치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많다. 이 제도는 그 근본 취지와는 달리 투자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명시하고 있는 반면, 투자유치국에게는 가혹하리만큼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투자유치국의 사법주권을 거의 사멸시키는 수준의 ‘독소조항’이라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또한, 우리나라는 미국 내에서 이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는데도 미국 투자자는 한국 시장에서 보호를 받는 불평등 조항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률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의 한-미 에프티에이 이행법은 한국에게 불평등한 요소를 담고 있어, 양국 간의 상호주의를 침해할 수 있으며, 이 협정문이 우리의 헌법과 관련 법령 체계를 침탈하거나, 아주 불평등한 관계라면 양국 간 우호와 동맹에 큰 구멍이 뚫릴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 한-미 에프티에이 실행 이후, 지방정부나 국가투자기관 등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도 분석하고, 검토할 일이다.
이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기한 문제로,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지방정부와 국가투자기관이나 지방정부의 투자기관 등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검토했거나, 지방정부와 정부 투자기관 등과 논의한 적이 한 차례도 없기에 박 시장의 지적은 적절하므로 더욱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한-미 에프티에이가 세계적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제도인지, 아닌지 좀 더 검토하고 연구를 해야 한다.
한-미 FTA를 추진하면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적 요소'가 우리 경제체제에 진입하게 되는데 오늘 미국의 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경제 위기 요인이 무엇인지,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적 요소'와 그 체제가 우리 경제에 파고 들 경우, 우리경제를 치명적으로 타격을 줄 요소는 없는지 검토하고 분석한 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곱째,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노동과 환경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새 통상정책에 합의함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회를 장악한 미 민주당이 행정부에 신속무역협상권(올 6월30일 시한)을 연장해주는 조건으로 관철시킨 새 통상정책은 상대국에 국제노동기구(ILO)의 5개 기준과 7개 국제환경협약 이행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한국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와 분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중단하라”
당시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은 FTA를 추진하면서 먼저 고민하고 중시한 것은 ‘국익’ 우선이었다. ‘국익’ 우선의 원칙은 특히 우리와 무역량이 많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국력이 강한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익’ 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협상을 중단하라고 내린 협상 지침을 다시 한 번 곰곰이 되뇔 필요가 있다.
서두르지 말자, 그리고 좀 더 꼼꼼히 따질 것 따지고 분석을 하자. 그리고 좀 더 '한-EU FTA'의 결과와 추세를 지켜보자.
당시 '한-EU FTA' 추진과정에서 우리가 크게 이익을 본다던 분야에서 이익과 손실 내역은 어떤지, 어느 부문에서 우리의 분석에 오류가 발생했는지 다시 분석하고 검토를 해야 하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서두르지 말자, ‘국익’과 ‘손해’를 따져보자
왜 이리 서두르는지 알 수 없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한-미 동맹을 강화한다느니 하고 있다. 한-미 FTA의 경제적 본질인 ‘국익’, 경제적 이익은 외면하는 듯하다.
자원은 부족하고,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를 가진 우리나라가 번영과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수출 중심의 수출산업과 FTA 등 개방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FTA를 협상해 수출전략을 추진한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교훈을 한-EU FTA에서 얻게 되었다.
“추가협상은 없다”, 국민 속이고 ‘밀실협상’
참여정부 당시 협상된 FTA 협상 내용에 대해 오바마 정부는 미국 내 이해집단의 요구를 추가로 반영하기 위해 재협상을 요구해 왔고,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추가협상은 없다”, “재협상은 없다”며 국민들을 속인 뒤, 밀실에서 재협상을 진행하였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재협상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미국에게 유리하게 수정하여 국익에 큰 손실을 가져왔으며, 국민의 신뢰를 배반하였고, 민주적 절차와 국민의 알권리를 짓밟았다.
한-미 FTA 협정문에 대해 미국에서는 크게 환영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한-미 FTA에 대해 크게 반대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미국에는 이익이 있거나 별 손해가 없는데 비해, 우리는 크게 손해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명박 정부, FTA ‘괴담 타령’
최근 촛불 집회에서 어느 여학생이 한-미 FTA가 실시되면 맹장 수술비가 900만원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 말이 '괴담'이라고 몰아 부치고 있다. 그런데 재미 한인 주부들 모임에서 이는 '괴담'이 아니라고 성명서까지 발표했으며, 관계 전문가들도 '괴담'이 아니고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두르지 말자. '한-EU FTA'가 교훈이다. 한-미 FTA를 몇 달이나 반년, 아니 1년쯤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엄청난 손실이 오는 건 아니다. 잘못 시작 하느니, 늦더라도 앞뒤를 살펴보면서 돌다리도 두들겨 본 뒤 건널 일이다.
한-미 FTA '국회 비준동의' 서두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