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정월 대보름날이 되면 동네 공터에서 어린 꼬마들은 깡통에 구멍을 군데군데 뚫어놓고 깡통 안에다가 잡목쓰레기를 넣고 불을 지핀 다음 깡통에 연결되어 있는 철사 줄을 돌리면 어두운 밤에 불꽃이 원을 그리면서 춤을 추는 모습에 신나게 밤을 지새곤 했었다.
깡통을 돌리는 놀이가 지루해질 쯤이면, 불씨가 담겨있는 깡통을 누가 더 멀리가나 던지는 위험한 놀이로 이어졌고, 결국 깡통이 전봇대위에 있는 변압기에 닿아 일을 내고 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음력 정월 대보름이 되면 애들이나 어른이나 저마다 한 해의 소원을 바라는 마음으로 놀이를 즐겼다. 그중에서도 대보름날에 앞서 쥐불이라 하여 마을 부근의 논두렁과 밭두렁에 볏집을 흩어놓고 해가 지면 일제히 불을 놓아 잡초를 태우는 쥐불놀이를 하게 된다.
들판에 불을 놓는 이유는 쥐의 피해가 심하므로 쥐의 박멸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논밭의 해충을 제거함으로서 새로운 식물이 잘 자라도록 하는 조상의 지혜가 담긴 농경문화이기도 하다. 쥐불은 그 크기에 따라 그 해의 풍년 또는 마을의 길흉을 점치기도 해서 각 마을이 다투어 불의 크기를 크게 하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과거 농경시대에는 주거가 밀집되어 있지도 않았고 마을과 마을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기에 쥐불놀이 문화가 가능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주택이 밀집되어 있고 논이나 밭도 주택과 근접해 있어 쥐불놀이도 예전 같지 않다. 쥐불놀이는 날씨, 습도, 풍향, 풍속 등 기상여건에 따라 화재가 발생해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억하기 싫은 일이지만 2009년 2월 경남 창녕군 화왕산 억새 태우기 행사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 한 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몇 일후면 정월 대보름이다. 조상의 지혜를 기억하되, 화재예방을 한번 더 생각하여 안전한 쥐불놀이를 즐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