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소방차나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복잡한 차량들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 출동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소방차는 촉박한 시간을 다투며 위험을 감수하고 수많은 차량을 피해 사고현장으로 출동해야만 한다. 각종 재난 현장에 5분 이내 도착하는 것은 재산 및 인명피해 최소화의 관건이다. 5분 이상 경과 시 화재의 연소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여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옥내진입이 곤란하고 초기 화재진압 또한 어렵다. 응급환자가 4~6분 이내 응급처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 손상이 시작되어 소생률이 크게 떨어지므로 5분 이내 현장 도착은 119구급대원에게도 아주 중요하다.
이처럼 골든타임을 선점하기 위해 신속한 현장 도착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꽉 막힌 도로에 갇혀버린 구급차, 이를 외면하고 제 갈길 가기 바쁜 차량들, 그리고 긴급차량을 추월하는 차량들까지 있다. 또 야간 아파트 단지 내 이중주차와 이면도로 양방향 주·정차행위, 도로모퉁이 주차, 소화전 앞 주차 등으로 출동이 지체되고 있으며, 지체된 시간만큼 소중한 생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많다. 소방관서에서도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 주기적으로 차량 밀집지역에서 소방통로 확보훈련 및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중요성을 홍보하지만 출동 중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법적으로 올 2월부터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개정해 긴급자동차 미양보에 따른 과태료를 인상했다. 이와 별도로 소방차 출동로 확보를 위해 소방차량 미양보 행위에 대해서 차종에 관계없이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개정을 올해 상반기 안에 추진한다. 아울러 소방차 출동 시 악의적 방해행위에 대해서는 소방기본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법적·제도적 규정에 앞서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 개개인의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시민 개개인이 소방 출동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긴급차량 통행 시 좌ㆍ우측으로 이동운행, 협소한 도로에 양면 주ㆍ정차 금지, 좌판 및 차광막 등 소방차량의 통행에 장애가 되는 시설물 설치 금지, 소화전 주변 5m 이내 주ㆍ정차 금지, 아파트 단지 내 소방차전용 황색주차선 안에 주ㆍ정차 금지 등을 꼭 실천하여 한다. 소방출동로 확보에 대한 작은 실천이 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큰 사랑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