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가 요즘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별로 좋은 예감은 아니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너무 서두르고 있어서 반대자들에게는 대선패배의 한풀이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지자들에게도 근심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진정해서 국민들의 마음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을 덜어 주어야 할 것 같다.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특히 영어몰입 교육 문제가 더 시끄럽다. 영어에 목을 멘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으며 추진하는 목적과 방법 그리고 과정의 전 방위에서 공격받고 있다. 우선 현실적으로 영어로 수업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고등학생들을 진단해보면 영어는 고사하고 우리말 맞춤법도 잘 모르고 공부에 관심이 아예 없는 아이들이 더 많다.
선생님들이 영어를 안다고 수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요즘 여자 선생님들이 많은데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잘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고등학교 이하의 수업 분위기 란게 몇 명만 딴 짓을 해도 바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 몇 시간 지나고 나면 어떤 모양일지 눈에 선하다. 게다가 그렇게 영어를 배울 필요 있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사교육이야 뭘 어떻게 해도 다 하는 거라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사교육을 더 활성화 시킬 것 같지는 않지만, 사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과 못 받은 아이들의 격차가 너무 눈에 띄게 드러나서 위화감이 더 커질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고사하고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게 되면 못하는 아이들이 느낄 좌절감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이다.
인수위의 의도는 알 것 같다. 영어가 전부인건 아니지만 글로벌 시대에 우리의 기술력이나 학문적 수준에 비해 영어가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홍보가 되지 않아서 보는 손해가 크다. 게다가 늘 상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문제를 논할 때 나오는 말이 중고등학교 6년, 대학4년의 교육과정과 무수한 영어 자격시험이나 연수를 해도 외국인을 보면 인사 한마디 못한다는 것이다. 또 영어실력의 격차가 부모의 경쟁력에 비례한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는데, 그런 문제를 공교육에서 전혀 손을 못 대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러니 답답한 마음에 개선책을 찾아보고 있었을 듯하다.
이해는가지만 지금 추진하는 것이 그 대안은 아니다. 설사 맞다고 해도 이렇게 반대 분위기 조성을 해서 할 것은 아니고, 더군다나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런 식으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기본적인 영어교육을 보완하고 필요한 사람에게만 더 심화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겠다. 그러면 걸리는 문제는 평등의 문제이다. 필요와 수준에 맞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야 지금 같은 문제가 없을 텐데, 그도 쉽지 않으니 역시 교육은 어려운 문제이다.
영어 잘하는 국민이 된다고 해서 우리가 손해볼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일 모두 제쳐두고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같이 영어를 잘 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고, 영어는 그저 우리가 지구촌화된 세계를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좋은 방편이 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시쳇말로 영어를 못해서 불편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죽지는 않는다.
IBNNEWS 시민기자단 회장 박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