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족 최대의 명절로 꼽히는 연휴가 왔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 모처럼의 연휴에 무엇을 생각할까? 바로 ‘휴식’아니면 ‘가족 친지간의 오랜만의 만남’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쉬고 있는 동안 시민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 119 대원들도 그 중 하나이다. 평소에도 물론 구조·구급·화재등 많은 활동들로 바쁘지만 이런 명절기간 전후에는 각종‘특별조사’,‘예방활동’들로 인하여 손발이 열개여도 부족하다는 말이 실감나게 한다. 단순한 문 잠김 사고 같은 간단한 생활민원부터 각종 상해사고, 교통사고 등 하루가 출동이라고 단정 지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이렇게 여러 출동을 하다보면 모든 피곤을 잊게 하는 기분 좋은 출동이 있는 반면에 우리 대원뿐만이 아닌 주변 사람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고도 빠지지 않고 발생한다.
해마다 일어나는 안타깝고 또한 근절되어야 할 사건사고 중에 가족끼리의 불화에서 비롯된 사례가 많다. 작년 추석때 나갔던 출동 중, 부모님이 시골 남아있는 얼마 되지 않는 그 작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자식 간에 칼부림이 벌어졌고 노부부는 자식들을 말리지도 못 한채 담벼락 밑에서 떨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자식을 위해 뼈마디 깎이며 일하시는 그 땅 조차 서로 갖지 못해 안달하는 자식들을 보는 부모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행동이라기에는 너무 야비하고 파렴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사고 외에도, 가족 간의 열등감과 경쟁심이 불러온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취기와 함께 어우러져 그러한 감정은 서로 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설이나 추석 후에 노인들의 약물음독사고가 유독 많이 생기는지 하는 의문마저 든다.
이러한 사고와는 달리, 가족 간의 사랑이 넘쳐나는 모습을 보는 경우도 있다. 오랜만에 시골집에 모인 자식들이 부모를 위해 부서진 농기구를 수리하고 농사일을 도우며 저녁에 모여 오순도순 식사자리를 갖는 모습인데, 이러한 현장에는 정말 가족애가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웃음과 함께 하는 자식들의 모습과 그런 자식을 보는 부모의 사랑이 담긴 얼굴, 그 옆에서 이러한 광경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아이들을 보면 참다운 가족을 생각게 할 것이다.
또한 최근 대구 서문시장 화재, 소중한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갔던 엠파이어 웨딩홀 등 유난히 커다란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런 출동들은 연휴기간과 전후에 많이 발생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세상에 그 어떤 금은보화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목숨이며, 그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꾸준한 화재에 대한 관심과 예방 활동인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활동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물론, 최신식 소방설비를 갖추고 경비원을 상주시키고 관리를 해준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영세상인이나 가정에서는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가게에 있는 소화기가 올바로 설치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입출입시 사용하지 않는 전열기구와 가스레인지를 확인하는 등의 조그마한 관심이 크나큰 화재를 방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