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년째 구급차를 타고 있는 구급대원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센터는 한달에 300건 이상의 평균 출동건수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취객과 실랑이를 하며 3-4층 계단에서 사람을 들고 나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달려가길 2년째 하고 있다.
그렇다. 내가 소방서 들어오기 전까지의 내가 꿈꾸던 응급구조사의 모습과는 다른 현실에서 하루하루 일하고 있다.
한달전에 일이던가? 그 당시에는 너무 속상했던 일임에도 이제는 또 무뎌져버린 일이다. 모래내시장 화장실에서 환자가 쓰러져있다는 신고내용으로 출동했다. 시장의 사람과 차량을 통과한 후에 현장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신고자 말대로라면 화장실에 쓰러져있어야 할 환자가 화장실 앞에서 보호자 팔에 의해 앉아있는 상태로 음주상태였다. 환자의 보호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두 명. 한명은 당장 환자를 옮기라고 지시하듯 말을 하고, 또 다른 보호자는 119 따위는 필요 없으니 당장 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현장에서 환자평가를 해야 했고, 평가한바 환자의 후두부 쪽에 부종이 만져졌다. 음주상태인 환자였기에 명확한 의식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던 나는 병원치료가 필요함을 보호자에게 설명했다. 그 와중에 1층에서는 구급차 좀 빼달라고 하고, 그 옆에서는 또 다른 취객이 “119가 뭐야?” 라고 하며 큰 소리를 치는 통에 정신없는 현장에서 나의 119에 대한 자존심에 대한 혼란을 부추기고 있었다.
비협조적인 환자와 난동부리는 취객과 의견이 분분한 보호자 사이에서 어쨌든 나는 환자를 생각해야 했다. 경추보호대를 채우고 혹시 있을 신경손상에 대비해 척추고정판을 이용해 환자를 들것에 옮겼다.
분명 음주상태여서 이성적이지 못한 것 일 거라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지만, 환자를 병원에 인계하는 순간 어깨가 늘어지고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다. 나는 모든 출동에 최선을 다해서 나가고 있으며 모든 119구급대가 그러리라 믿는다. 분명 상황 상황마다 힘든 순간이 있지만 제일 힘든 순간은 주변인들의 방해와 생각 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들이 아닐까한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오늘도 여전히 취객과 실랑이를 하고 여전히 들것을 나르고, 그렇게 변함없는 출동을 나가고 있다.
백가지 출동이면 백가지 모두 다른 출동 속에 진정한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또 어쩌다가 라도 고마웠다고 두 손 꼭 잡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보호자와 환자들이 있기에 나는 아직도 119 구급대에 응급구조사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