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급속한 변화, 많은 사건사고들 게다가 최근에는 신종인플루엔자 관련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등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사람들은 자신들을 언제 어디서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을 필요로 했으며, 그들 중 하나가 우리 소방(구급)대원들이다.
소방방재청의 지난해 119구급차 이용현황에 따르면 전체 이송환자 131만여명 중 응급환자는 34.6%인 45만여 명이었다. 이는 구급차를 이용한 65.4%가 비응급환자였다는 것이다.
구급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단순 감기환자, 타박상, 찰과상, 경미한 열상(찢어진) 환자, 단순만취자로 쓰러져 있는 사람 등 다양한 비응급환자들이 구급차를 이용하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누구나 다급하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이송을 하며 “환자분도 급해서 신고를 하셨겠지만 다른 방법으로 병원에 가셔도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상황은 아니신 것 같은데요. 다른 빠른 처치가 필요한 중증 외상환자, 심근경색, 급성뇌졸중 환자분을 제때 이송하지 못하면 돌아가실 수도 있어요.” 라고 말씀을 드리면“나도 급해서 불렀어요. 그럼 나는 응급환자가 아니라는 말이에요?”라며 화를 내곤 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응급환자”라 함은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자로 정의된다. 하지만 위에 언급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심신상에 위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없는 비응급환자들이다.
이런 비응급환자들이 구급차를 이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환자들이 무조건 종합(3차)병원으로 이송을 원하는 것 또한 문제이다. 나의 근무지 주변에는 휴일 및 퇴근시간 이후 응급실을 운영중인 병원은 종합(3차)병원 1곳, 준종합(2차)병원 2곳 정도가 된다. 하지만 대다수 환자들이 가고자 하는 병원은 많은 의료진이 있는, 좀더 나은 처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종합병원이다. 이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에게 의료진이 집중되어 처치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응급환자 종합병원으로의 이송으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료진의 안타까운 마음을 전해들은 바 있다.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충분히 공감했고 응급환자로 치료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환자이송병원을 정하는 기준은 환자의 상태(활력징후 및 환자평가에 따른 응급, 비응급)에 따라 최대한 근거리에 있는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의 이송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비응급환자를 보호자 및 본인이 원하는 병원에서 굳이 치료를 받겠다고 하는데 반하여 강압적으로 타 병원으로의 이송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첫번째는 구급대원들의 역할이다. 환자분류 시 정확한 평가와 판단력은 환자 및 보호자에게 신뢰를 주게 될 것이다. 이런 능력을 갖는 데는 구급대원의 전문적인 지식, 처치에 대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구급대원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과 스스로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환자 및 보호자의 인식변화이다. 콜택시인양 119를 누르기 전에 양심적인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고 구급대원의 평가와 판단력에 신뢰를 가지고 환자이송에 협조해 주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종합병원에서 최고의 치료를 받겠다라는 생각보다 인근병원에서도 충분히 처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세번째 준종합병원들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분명히 응급실로 이송된 단순증상 환자를 전문의 부재 등의 이유로 종합병원으로 재이송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종합병원에서 응급환자를 적절히 처치하듯이 인근 준종합병원들도 제 역할을 다 해준다면 환자들이 같은 처치를 받으면서 비용부담이 많이드는 종합병원으로의 이송을 원하는 경우는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본다.
구급대원들의 바람은 다 같을 것이다. 응급환자들에게 빠른 시간내에 도착하여 적절한 처치를 해 줌으로써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는 것. 그래서 그 생명을 얻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응급환자들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구급대원들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