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이 부서진 결혼이주의 꿈
당진의 ‘후안마이’(베트남, 19세)사건을 우리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2007년 6월 당진, 한국으로의 이주 두 달 만에 "저는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당신은 왜 제가 한국말을 공부하러 못 가게 하는지(중략) 저는 당신이 좋으면 고르고, 싫으면 고르지 않을 많은 여자들 중에 함께 서 있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라는 편지를 남기고 먼 이국땅에서 운명을 달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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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한국에 입국한지 두 달 만에 남편에게 옷을 모두 벗기고 가슴과 복부 등에 무차별 폭행을 당하여 늑골 18개가 부러져 즉사했고 시체는 일주일 지나서야 발견됐으며, 일 년 후 경산에서는 감금되었던 베트남 결혼이민자가 아파트 14층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2009년 뱃속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초은’(캄보디아, 18세), 몇 달 전 부산에서 ‘탓티 황옥’(베트남, 20세)씨가 한국으로 이주한지 8일 만에 무려 57회 정신병원의 치료를 받은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전남 나주에서 서부활극과 같은 ‘후안마이’사건이 또 재현 되었다. 얼마 전 전 국민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부산의 ‘탓티 황옥’사건이 우리 가슴 속에서 아직 잊히지 않았는데....... 비운의 ‘강00’(몽골, 24)는 몽골에서 한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인삼재배농업을 하는 남편 하00(40세)와 2009년 3월 결혼하였고 아들(생후 4개월)을 낳아 한국 생활에 차츰 적응을 해가고 있는 상태였다.
평상 시 어려운 친구들을 잘 도와주기로 소문난 그녀는 몽골에서 같은 마을에 살던 동생이 인근 전남 영암으로 결혼 이주해서 8개월째 살고 있는 ‘에르덴00’(몽골, 21세)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도움을 주었다. ‘에르덴00’은 전남 영암에 거주 수박농사를 짓는 ‘양00(36세)’와 혼인한 후 남편과 시부모로부터 심한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고 한다.
‘에르덴00’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사건 발생 7일 전 집을 나왔으며, 오고 갈 곳이 없었던 그녀는 친구들 집을 전전하였으며, 사건발생 3일 전 고향언니인‘강00’에게 도움을 요청 그녀의 집에 머물고 있던 가운데 ‘에르덴00’의 남편 ‘양00’은 집 나간 부인을 보호해 준다는 것에 앙심을 품고 지난 9월14일 밤 8시 경 ‘강00’(몽골, 24)집을 방문하였으며, 양말 속에 미리 준비한 칼로 싱크대에서 저녁준비를 하는 ‘강00’(몽골, 24)을 무참하게 살해한 것이다. 곁에서 말리던 그녀의 남편 또한 중상을 입은 상태이다.
잊고 있던 동화가 생각난다 “사냥꾼에게 쫒기던 불쌍한 사슴을 숨겨준 나무꾼은 은혜를 갚으려는 사슴의 도움으로 선녀탕을 통하여 어여쁜 색시를 맞이한다” 하지만 그것은 동화에서 이야기이고 전남 나주의 미치광이 사냥꾼은 소박하고 동정심 많은 나무꾼을 살해하였다. 피해자, 주변 다문화가족 및 관계자, 피해자 등을 직접 대면하고 대화해본 결과 몇 달 전 부산의 베트남 사건의 발단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으며, 다시는 이와 유사한 사건의 발생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마음에서 몇 가지 문제점 및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사건 발발의 근본적인 문제는 국제결혼중개업체의 관리에 관한 것을 말하고 싶다. ‘에르덴00’(몽골 21)을 알콜 중독자 ‘양00’(36세)씨에게 국제결혼을 알선한 결혼정보업체는 등록 취소된 업체였다. 몽골 부인(잉크자르갈, 26세)을 둔 한국인 ‘이00’이 운영하는 광주소재 ‘한빛’이라는 미등록결혼정보 회사이다. 몽골 현지의 모집과 통역을 맡은 ‘잉트자르갈’(몽골,26세)는 수 십 명의 몽골 처자를 한국과 국제결혼을 시켰으며, 수수료 명목으로 평균 천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잉크자르갈’은 수시로 전화번호를 바꾸어 가면서 영업을 해 왔다고 한다. 먼저 결혼 후 이주를 해 온 몽골 이주여성이 어떠한 문제로 결혼 소개자인‘잉크자르갈’ 에게 전화를 하여 도움을 요청하면 상스런 욕을 하며 무조건 참고 살라고 하며 윽박지르곤 했다고 한다. 장례식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슬피 우는 피해자의 친구였던‘토야’(몽골, 26세)도 ‘잉크자르갈’의 소개로 나주로 결혼이주를 해 왔으며, 현재 남편 및 시부모님에게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전화를 하여 도움을 요청하면 심한 욕설로 얼버무리곤 하였다고 한다.
국제결혼정보회사의 관리체제를 이제는 바꿔야할 시점이다. 공적서비스 부문으로 어느 정도는 끌어 들여야 할 것이다. 1,300여 결혼중개업체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국제결혼 이민여성의 상품화와 한국인 배우자에 대한 거짓 정보에 의한 폐해는 결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절반의 실패작인 대만의 시스템을 수정 보완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고 싶다.
둘째, 사건이 발생 전과 후 대처능력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에르덴00’(21세, 몽골)은 분가(分家)의 문제로 남편과 다툼이 있었고 밖으로 쫓겨나 갈 곳이 없어 사건 현장에서 있었으며, 경찰의 1차 조사 후 보호조치가 미흡하여 근처 차량에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그녀에게 그 하루 밤은 과연 얼마나 힘에 겨운 하루였을까? 다 같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상시 도움을 받은 수 있는 시스템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조사 후 보호조치를 하여야 할 경찰이 제2의 범행을 생각하지 않고 사건의 주요한 관련자를 무방비로 내 보낸 것도 문제이거니와 지역 내 산재한 다문화가족센터, 119구급대, 주민센터 등은 어린 결혼이주민에게 간단한 보호 조치 조차 할 수 없었던 것도 큰 문제이다. 오후6시 이후에는 다문화 관련 피해자에 대한 구제방안이 없는 도움센터들의 시스템 보완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건 발생 전 가해자의 부인 ‘에르덴00’의 경우 집을 나온 후 7-8일 동안 도움을 받지 못하고 이 곳 저 곳 사가(私家)를 전전하였다.
영암, 나주 지역에 산재한 정부 지원 다문화 및 여성관련 단체들과 지자체 사회복지 담당자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가? 진정한 복지는 지역사회의 사회적 복지욕구를 철저하게 조사하여 그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여성관련 공적서비스 지원 단체는 전국 곳곳에 수 천 곳이 산재해 있다.
그들은 국가의 많은 예산을 지원받고 있으며, 준 정부 시설운영자 아닌가. 센터 및 복지관 등 정부지원 시설에 근무하는 자는 스스로를 낮추고 복지 수요자를 찾기 위하여 좀 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6시 이후는 연락 두절이 현재의 센터 등 정부 지원 관변단체의 행태이다. 바뀌어야 한다. 센터를 스스로 찾아오는 이들에 대한 서비스제공에 안주할 것인가?
스스로 찾아오는 이들은 크나 큰 문제가 별로 없다. 가해자를 직접 만나서 면담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는 “부인‘에르덴00’이 한글을 배우러 가는 것을 나쁜 친구를 사귀거나 도망을 갈까봐 못 나가게 했다.”고 했다. 빙산의 일각처럼 수면 아래에 있는 다문화 복지 수요자를 발굴해 내는 것 또한 우리들의 몫 아닌가?
셋째, 선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정부나 지자체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하는 문제이다. 피해자 ‘강00’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몽골 고향 동생을 보호해 주었다가 단 하나의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감을 수가 없다. 이제 4개월 된 아들이 눈에 밟혀서 어찌 눈을 감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가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와 아들에게 젓을 물릴수 없다.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가는 듯 멍한 남편, 슬픔에 잠긴 노구의 시어머니, 기막힌 현실에 넋이 나간 몽골 친정어머니와 언니, 오빠는 그저 할 말을 잃었다.
그들에게 정작 돌아온 것은 지자체별 성금 50만원이 전부였다. 그 와중에 서울서 유족의 슬픔을 달래기 위하여 새벽같이 내려오신 여성가족부 장관님과 전남도의 장례비 지원이 조금은 위안을 주었다.
공정한 사회를 외치는 현 정부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 실현을 위한다면서 사리사욕을 위하다 변을 당한 것이 아닌 공정한 사회를 위하다 아까운 목숨을 바친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과연 국가와 민족은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가를 생갈 때이다. 의사자 대우는 아닐 지라도 준 의사자 처리로 남은 가족의 생계와 슬픔을 조금이라도 달래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1,300여 결혼중개업체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국제결혼 이민여성의 상품화와 한국인 배우자에 대한 거짓 정보에 의한 폐해는 결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불법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잘못된 형태가 원인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 그리고 이주여성의 성(性)상품화가 숨어 있다고 본다. 이것이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사회의 ‘자화상’인 것이다. ‘후안마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 사회는 요동쳤다. 다문화사회 진입을 위한 법과 제도가 정비되고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으며, 온 사회가 자성의 목소리로 떠들썩했다.
하지만, 국제결혼이주민들에게 몰지각한 인권침해가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법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어, ‘후안마이’의 비극은 재현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이처럼 비정상적인 국제결혼은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학대로 이어져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에 이주해 온 18만 이주여성들은 가사도우미, 밤에만 필요한 섹스파트너, 농촌 일손 도우미가 되기 위해 결혼이주를 한 것이 아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몽골 이주여성 ‘에르덴00’씨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가정폭력 등 피해를 호소하는 결혼이주여성을 상담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한국인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인 배우자들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여성들을 사왔다고 생각하고 있고, 싸울 때마다 ‘너를 얼마에 사왔다.’ ‘내말을 안 들으면 신원보증 취소하고 돌려보내겠다.’ ‘너는 비싼 년이다.’라는 언어폭력은 다반사이다.
또한 일부 결혼중개업체는 ‘여성이 도망가면 책임지고 다시 알선한다.’ ‘믿을 만한 전액후불제’라고 공공연하게 게재하며,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여성들의 여권, 외국인등록증 등을 빼앗거나 자국 출신 이주민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외출을 제한하기도 한다. 국제결혼이주여성이 처한 이러한 현실은 그대로 한국사회의 다문화 수준을 말해주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다름을 어울림으로’ 승화시켜야 할 때이다.
2050년에 국제결혼이민자와 그 자녀가 216만 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넘어서고 외국태생인구가 총인구 대비 비율이 5.1%을 넘어서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 이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우리 사회는 저출산과 노령화로 인한 노동인구의 감소,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증가가 가장 큰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그 대안으로 적극적 이주정책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여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많은 정부부처를 비롯, 지자체별로 다양한 ‘다문화’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별로 180여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설립되어 있지만 형식적인 요건만 갖추었을 뿐, 수요자 중심의 실질적인 지원은 미비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지속적인 한국어와 한국문화와 직업교육 등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직시하여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국제결혼이민정책 및 제도가 수립되어야 한다. 국제결혼을 오로지 사적(私的)영역으로 방치하기에는 그들이 감당해야할 것들이 너무 버겁다.
법무부에서 10월부터 시행예정인 한국인배우자의 국제결혼이민자 출신국가의 문화·교육의무제도 등과 같은 공적제도내로 무엇보다도 결혼이주여성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부분이 간과된다면, 이와 같은 사례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또한, 좋은 정책과 제도라 할지라도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제도의 실행 성공은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적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이다. 이와 함께 민간 차원에서는 문화적 다양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국민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인 120만 명 시대에 이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로 우리 모두에게 선뜻 다가와 있다.
정부 전 부처가 양적으로만 쏟아내는 허울 좋은 ‘다문화정책’과 전시효과에 치우친 일방적인 동화의 강요는 변화하여야 한다. 상호 존중과 소통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질적으로 나아지는 어울림사회로서의 ‘다문화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더 이상 몽골결혼 이민자가 아닌 ‘나주댁’으로 불려지길 바란다.
나주현장을 다녀와서...
본 사건의 피해자인 유족 모든 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 <본 사건과 관련해 유족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032-773--0909 연락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