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1.5배에 이르지만 전 국토의 80%가 숲과 호수로 뒤덮여 있고 인구가 520만명 밖에 되지 않는 핀란드는 3년 연속 청렴도 1위를 차지했다. 국가경쟁력 역시 최근 10년간 계속하여 1~3위를 확보하고 있다. 무엇이 이 조그만 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로 평가받게 만드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청렴한 문화의 뿌리를 핀란드인의 90%가 믿고 있는 루터교에서 찾는다. 청렴과 근면성을 기본 신조로 하는 청교도 정신이 핀란드 사회를 맑게 유지하는 근본 뿌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종교적 영향은 핀란드의 문화에 많은 흔적을 남겼다. 핀란드 문화에는 '기브 앤 테이크'라는 개념이 없어서 누군가 선물이나 혹은 무엇인가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대가를 기대하거나 혹은 그에 보답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없다고 한다. 선물은 그 자체로 그쳐야 하며 그 이상 불순한 무엇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핀란드가 청렴한 국가인 이유로 두 번째 요인은 핀란드 사회가 거의 완벽한 투명성이다. 정치인ㆍ공무원ㆍ기업인은 일 년에 한 번 소득과 자산 변동내역을 철저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은 공인으로 간주되는 모든 사람들의 자산 변동내용을 세밀하게 추적 보도한다. 핀란드 국제상공회의소의 사무국장은 '핀란드 사회가 워낙 개방돼 있기 때문에 부패가 발붙일 자리가 없다. 누군가 부패행위를 한다면 주위 사람들이 당장 알아차리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핀란드에서는 익명의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며 세무당국은 전국의 모든 계좌를 검색할 수 있다.
핀란드의 대통령 관저 근처에는 대통령도 나와서 커피를 즐기곤 하는 노점상가들을 볼 수 있다. 임기 중 노점상에서 커피를 마시는 대통령의 모습도 우리에겐 낯선 것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노점상에서 커피를 마신 뒤 모두 신용카드로 계산을 한다는 점이다. 핀란드에서는 1유로짜리 물건이라도 어디서든 신용카드로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점상가는 수입의 절반을 세금으로 지출한다. 이곳에 노점을 열려면 시의 노점상위원회에서 영업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영업신청을 할 때는 취급 품목을 아주 자세히 기록해야 한다. 한국의 자영업자나 노점상들 같이 장부 없는 거래, 기록 없는 거래란 이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잘 감지되지 않을 것 같은 일반 식당이나 유흥업소의 팁도 계산서에 포함된 것 말고는 지불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때문에 국가의 세금이 새나가는 부분이 있을 수 없다.
세 번째 요인으로는 언론의 철저한 감시와 시민들의 높은 반부패 의식을 꼽을 수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2002년에 발표한 세계 각국의 언론 자유도 발표에 따르면 핀란드는 조사대상 139개국 가운데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언론의 자유도가 높았다. 핀란드 시민들은 높은 신고정신을 갖고 있는데 주변에서 만약 부패 사건이 일어나면 이들은 곧바로 사법당국이나 관련기관에 신고한다. 또한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탈세를 자신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으로 보고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이처럼 핀란드에서 부패란 말은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