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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바람아래 머물다 밖으로 나서는 길은 그냥 숨이 막힐 것 같더니만 개절은 백로로 이어갑니다. 마지막 여름 햇살이 시샘을 하듯이 30도를 오르내리면서 영원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백로가 가까울 무렵이면 매미소리가 힘을 잃고, 귀뚜라미 첫 소절이 가을을 안고 한발 한발 다가선다. 그 다음에는 그리 머지않아 서리 내리고 귀뚜라미 울음에 드문드문 첫눈이 섞이면 겨울이 시작된다.
“문장 독본에 실린 도산십이곡” 두 소설을 채본 을 가려 쓰면서 옛 선비들의 사시가흥을 노래한 의미를 새겨봅니다.
가을빛의 여름의 서막을 알려 주는 가을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나 봅니다.
어느새 피부에 와 닿는 바람결에 가을이 묻어 있음을 느끼게 되니. 이제 곧 뜨겁던 태양도 한결 너그러워지고 솔솔 부는 갈바람에 알록달록 이파리들이 곱게 수를 놓겠지요......
박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