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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오후 월미산
눈부시게 푸르른 토요일 오후 월미산에 오른다,
월미산은 서해(西海)를 안고 해조음과 더불어 넉넉한 마음으로 나를 반긴다.
오늘따라 뱃고동소리는 솔바람을 타고 나뭇가지를 스치는데 아가시아가 꽃 냄새도 덩달아 온 산을 휘감는다.
전망대에 오르니 샛바람이 달려들며 냉큼 안기더니 비릿한 바람 냄새에 버무려서 뺨을 만져댄다.
때마침 곁을 지나는 부자가 나누는 말. “아빠 저 아저씨 산에서 담배 피워도 돼 학교에서 선생님이 안 된다고 했는데.” “안돼, 저 아저씨는 초등학생인 너보다 생각이 없는 철없는 어른인가 보다.”
여러분이 어린이보다 못한 철없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겠지요. 파도에 휘감긴 바다가 부러움을 가득 싣고 아릿한 눈길을 보내며 선물이라면서 유혹해댄다.
순환 도로를 걷는 발자국마다 그리움을 하나씩 늘어놓고 돌아왔다.
시민 편집위원 박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