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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된 음식점 그릇은
요즘은 그릇이 흔해 가벼이 보지만, 자신의 밥그릇만은 예외입니다.
날마다 대하는 밥그릇은 자기 양의 척도이자 바로 건강의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옛날에 할머니가 똑같은 그릇 세 개를 사 오셨는데, 그릇의 크기와 편리함이 나에게 딱 맞아 내 밥그릇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두 개는 깨지고 한 개만 남았는데, 그것마저 깨뜨리면 밥을 못 먹을 거라고 농담 같은 위협을 하며 소중히 다룰 것을 당부하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양이 줄어 더 작은 밥그릇으로 바꾸었습니다.
이처럼 그릇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자기 집의 그릇은 소중히 합니다. 요즘 배달된 음식점 그릇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먹고 나면 휴지나 담배꽁초를 그릇에 버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깨끗하게 씻으면 된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그릇을 연상하기도 합니다.
또 음식을 시켜 먹는 일인데, 먹고 난 그릇을 대문 앞에 잘 덮지도 않고 내팽개쳐 두는 것이 문제입니다.
빈 그릇 안에 휴지, 랩 뭉치, 젓가락 등이 담겨 있어 음식 그릇인지 쓰레기 그릇인지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반쯤 남겨둔 채 음식 그대로 하루를 지나기도 합니다. 그중에도 어떤 사람은 신문에 싸서 내 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그 그릇은 음식점의 사유재산이기 이전에 시민들의 공용품이라는 생각을 하고부터는 함부로 내팽개칠 수가 없었습니다.
빌려 쓴 타인의 물건은 내 것보다 더 소중히 사용하고 돌려주어야 하듯이, 배달된 그릇도 신문지에 싸거나 비닐에 담아서 내어놓으면 어떨까요?
개밥그릇처럼 그렇게 내팽개치듯 밖에 내 놓을 때는 좀 생각해 볼 문제라 여깁니다. 다음에 주문하면 그 그릇에 담아올 터인데....
시민 편집위원 해정 박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