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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GM이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100년 기업 GM이 몰락하였다. 1908년에 설립된 GM은 세계 27개국 62개 거점에서 연간 93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던 세계 최대의 자동차기업이었다. GM의 파산보호신청은 미국 제조업의 몰락을 상징하는 동시에 20세기의 대량생산-대량소비체제의 종언을 시사한다.
GM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경제위기에 취약한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기인한 매출 감소와 막대한 유산비용에서 비롯된 고비용구조의 고착화에 있다. 경제위기로 매출은 급감한 반면 비용은 감소하지 않아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오늘 미국 GM의 프리츠 헨더슨 회장이 방한한다. 그의 행보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헨더슨 회장과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GM대우의 생사가 좌지우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GM대우는 지난해 환 선물 거래로 2조7000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손실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에 1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하면서 모럴해저드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산업은행등 국내 채권단은 GM대우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주문하며 국내 채권단의 요구조건을 GM이 수용하지 않으면 파산신청을 통해 경영권을 회수하고 GM대우의 독자생존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GM을 압박했다.
채권단은 GM대우가 개발한 차량의 라이센스를 공유하고, 채권단의 대출금 회수를 담보할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하는 것과 GM대우의 5년간 생산물량을 보장 하고 산업은행과 함께 공동의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세워 국내 채권단의 경영참여를 허용할 것을 주요 골자로 요구 했다. 채권단의 요구는 한 마디로 GM이 대주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GM은 왜 경제위기에 취약한 중 대형차와 소형상용차(light truck)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게 되었을까?
첫 번째 원인은 GM이 미국시장에 치중한 제품 전략을 구사하였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시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1인당 소득과 낮은 연료가격, 넓은 도로와 장거리 운행, 대중교통수단의 미비 등의 이유 때문에 중대형 급 자동차의 수요가 많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GM은 미국시장에서만 인기가 있는 중대형 차 개발에 치중하다가, 2008년 초의 유가급등과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두 번째로 GM이 경제위기에 취약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된 데에는 정부의 영향도 컸다. 정부가 연비규제와 관세에서 소형상용차를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도입된 연비규제에서 미국 정부는 소형상용차에 대한 규제수준을 승용차보다 낮게 적용하였고, 1963년 독일과의 무역 분쟁 이후 8.5%였던 소형상용차의 관세를 25%로 인상하여 소형상용차 시장을 보호하였다
게다가 그 동안 GM의 문제점에 대해서 수많은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한 실행력의 부족이 결국 GM의 몰락을 가져왔다.
실행력이야말로 우리가 GM의 몰락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이 아닐까 한다.
GM이 경쟁사보다 높은 고비용 구조를 형성하게 된 데에는 이른 바 유산비용이 그 원인으로 지적 되고 있다. 유산비용(legacy cost)이란 퇴직자 및 그 부양가족에 지급되는 연금과 의료보장 비용을 말한다. 경쟁사들이 현직 종업원에게만 제공하는 연금과 의료비용 부담을 GM은 퇴직자와 그 가족에게까지 제공하고 있다. GM이 퇴직자에게도 의료비용을 부담하게 된 것은 1950년대 당시 경영진의 안이한 대처 때문이었다. 당시 노조는 가입 율을 올리고자 GM 경영진을 압박하여 퇴직자에게도 의료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당시 경영진은 퇴직자가 많지 않아 부담이 적고 임금 인상률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아래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유산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유산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GM은 자동차 1대당 1,904달러의 유산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취약한 제품구성과 고비용구조의 형성에 이어 세 번째로 GM이 몰락한 원인에는 과거에 안주한 경향이 있다. 1929년 미국시장에서 포드를 제치고 1위에 오른 GM은 이후 1931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77년 동안 세계 자동차판매 1위 기업이 된다. 이러한 승승장구가 장기간 지속되자 GM 내부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이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라는 타성적 기대와 부문 이기주의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경영진, 노조, 정부 모두가‘1등 GM’의 환상에 빠져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과거의 성공모델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닥쳐올 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GM은 얼마 전 2500억원의 증자 의사만 밝혔을 뿐 특별한 움직임이 없어 GM대우를 제대로 육성할 의양이 없는 듯 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전체 2000여명의 연구 개발직 가운데 차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GM대우의 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는 신차 출시 실적을 보더라도 지난해 라세티 프리미어와 올 들어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각각 출시했을 뿐 최근 수년간 신차 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GM의 하청기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오늘 헨더슨 회장은 국내 채권단의 요구를 더욱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자구책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옛 대우자동차를 인수 할 당시 맺었던 ‘불평등한 계약’에 대해서도 재고 해야 한다.
하지만 채권단의 어깨도 무겁다. 국내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 했을 때 이번 협상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확실한 원칙을 세워 채권단의 요구조건을 최대한 관철 시키면서 자구책에 대한 헨더슨 회장의 확실한 약속 또한 받아내야 한다.
특히, 소위 ‘먹뛰’ 논란이 붉어졌던 상하이기차의 쌍용차 인수 이후의 부작용을 생각할 때 이런 전처를 밟지 않도록 산업은행은 이번 협상과 향후 진행 상황에 대해 철저한 감시와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GM대우는 GM의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 지역경제의 기반인 부평에 근저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강효
[이 게시물은 SVisor님에 의해 2010-02-08 10:46:34 인천칼럼에서 이동 됨]